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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의 정치> 임순만 장로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06-01 23:04:41 조회수 96

우리교단 신문인 주간 <한국성결신문>에 임순만 장로님의 글이 3주에 걸쳐 실렸습니다.
현재 한국 정치의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에 대해 ‘존경’이라는 사뭇 현실과는 대조적인 제목으로 풀어냈습니다. 



[제호] 한국성결신문

[필자] 임순만 장로(큰나무교회,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



존경의 정치 1
1181호(2019년 5월 4일 발행)


가족들과 한동안 떨어져 있어본 사람은 절감할 것이다. 

하루의 일을 마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는 집안의 고적한 분위기가 사람의 생각을 얼마나 깊게 만드는지를. 

거실의 불을 밝히지 않고 잠시 그 어둠 속에 앉아있노라면 하루의 마지막 시간을 어둠과 함께 한다는 것이, 

그 어둠 속에서 다시 내일을 설계한다는 것이 얼마나 쓸쓸하고도 괜찮은 것인지를 기꺼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고적함 속에서 혼자 늦은 저녁을 먹을 때 라디오에서 이런 노래가 흘러나온다면 삶은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아침과 저녁에 수고하여 다같이 일하는 온 식구가 한상에 둘러서 먹고 마 셔 여기가 우리의 낙원이라”(찬송가 559장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다시 5월이 오고, 먼저 가정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세계의 경제가 날로 어려워지는 가운데 

여야의 극심한 정쟁으로 우리 사회가 자꾸만 뒤숭숭해져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삶의 힘은 가족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먼저 이런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다.


부존자원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의 최대의 자원은 인적자원이라고들 한다. 수긍할만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인적자원은 선진국의 그것보다 뛰어난 분야가 상당하다. 

그러나 인적자원의 최고 교집합을 이루는 정치영역으로 시선을 옮기면 우리나라의 인적자원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성’이 다른 것과의 공존, 합의의 정신, 낯선 이들에 대한 선대, 폭넓은 사랑의 정신, 자신이 아끼는 것의 양보, 

그러면서도 자존에 대한 높은 자긍 같은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 정치지성은 부끄러울 정도로 낮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선거제 개편 등을 위한 패스트트랙은 오래된 현안이며 당위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국회 스스로가 2015년 국회법 개정 당시 국회선진화법의 주요내용 중 하나로 합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석수 계산에 따라 저토록 쉽게 동물국회가 되어버린다면 정치발전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소망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전임 대통령을 탄핵하고 국민 대다수가 상당한 긴장감을 느끼는 가운데 들어선 이번 정권만을 놓고 보더라도 여야가 주요사안을 합의해 처리한 것은 전무하다시피하다. 

대통령 후보들이 모 두 공약으로 내세웠던 개헌과 여야정협의체 가동 문제를 비롯해 남북회담 결과 추인, 

국회 인사청문회 등 국정의 주요사안들이 단 한 가지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극단적인 대립을 거듭할 뿐이다. 

과거에는 청와대 주도의 여야 대표논의 시도가 통했지만 이제는 되지도 않고 내년 선거를 앞두고는 벌써부터 국회가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쇠지렛대 등장과 집단적 검찰 고발은 오늘 국회의 일상이 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국정농단 부역세력의 광기’ ‘좌파독재의 야만적 폭정’ 따위의 증오와 비아냥이 넘쳐흐르는 말들을 지겹게 들어왔다. 

이제는 이런 말들이 우리 가정에 전달되는 뉴스에 등장하는 것을 차단하고 싶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는 온 식구가 한 상에 둘러서 먹고 마시는 우리의 낙원에 저토록 살벌한 언어들이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의 가정이 존경과 감사함으로 지켜지기를 기원한다.
다시 5월이 오고 높은 인격을 지닌 의원님 여러분, 존경하는 국회의장님, 대통령님, 그런 용어를 사용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싶다. 그런 이들에게 표를 주고 싶다.

이 양극단의 치유는 먼저 청와대와 정부에서 나섰으면 한다. 극단으로 치닫는 구조 아래서는 어떤 정부도 많은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을 낮추는 정치, 상대방을 존경하는 존경의 정치, 양보하는 정치, 그리고도 지켜야 하는 가치 앞에서는 예의로 가득찬 주장과 단호한 침묵. 그 정도로 충분할 것이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큼은 안다. 우리는 저토록 난폭하고 선동적인 언어에 좌지우지될 시민들이 아니고 싶다.


[ 기사 원문 보기 ]



존경의 정치 2
1182호(2019년 5월 11일 발행)


지난해 난민정책을 취재하기 위한 독일 출장길에서 가장 특색 있게 본 것은 독일사회의 구석구석에 ‘보이텔스바흐협약’의 정신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독일의 통일은 바로 이 정신이 구현한 정치발전과 이에 따른 국민들의 원숙한 시각으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느꼈고, 

이는 분열과 증오의 정치로 치닫고 있는 한국사회에 긴요한 지침이라고 생각했다.


독일고전주의를 발전시킨 나라이면서도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잔인한 나치 정권을 탄생시킨 독일은 자신들의 과거를 깊이 반성하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치•시민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각계 인사들이 소도시 보이텔스바흐에 모여 오랜 토론 끝에 시민정치교육에 있어 반드시 준수해야 할 3가지 원칙을 정립했다.


원칙은 ① 강제성 금지(강압적인 교화 또는 주입식 교육을 금지한다) 

② 논쟁성 유지(논쟁의 쟁점을 모두 알려줘 교육받는 사람이 다양한 논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③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정치적 상황과 이해관계를 파악해 스스로 선택하고 실천하는 능력을 갖추게 한다) 등 3개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협약은 본래 학교 정치교육의 지침으로 만들어졌으나, 모든 공교육 영역으로 확대돼 오늘날 독일국민들의 시민교육의 ‘헌법’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사회가 이 협약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논쟁을 하되 반드시 상반되는 관점을 다 소개한다는 ‘논쟁성 유지의 원칙’이다. 

여러 레벨에서 정치•시민교육을 실시하는 독일은 이 협약에 따라 교육의 주체가 학교든 정치 집단이든 시민단체든 

반드시 현안의 논쟁이 되는 양면을 중실하게 소개하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정착시켜 균형 잡힌 국민들을 키워내는 사회에서 어느 한쪽만의 입장만을 소개하는 집단은 여론의 외면을 받게 된다.


이에 비해 우리사회의 여론은 반대의 주장은 제거하고 자신이 속해있는 진영에 유리한 것만을 알려주고 있다.
지금 우리정치의 가장 뜨거운 현안인 패스트트랙을 놓고 보더라도 여당과 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을 골라서 

(심지어는 왜곡해서) 주장하지 현안의 양면을 모두 소개하지 않는다.
현안의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하는 언론조차도 그런 정당의 하부구조처럼 되어 자사가 선호하는 부분만을 추려서 보도한다. 

결코 양면을 객관적으로 소개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 결과 국민 개개인은 균형감을 갖춘 사람이 되기 어렵고, 그래서 어느 한쪽 편에 서는 외눈박이로 살아간다.


이 문제와 관련해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음행한 여자에 대한 예수의 대답은 우리를 더욱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은 음행 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 예수에게 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져놓고 

그가 어느 한 쪽의 문제에 빠져 곤란해지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예수는 음행한 여자의 잘못과 함께 누군가를 돌로 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간교한 속마음을 동시에 보았다. 

현안과 인간에 대해 균형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예수는 인간사에 길이 남는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명답을 남겼다.


모든 국민들에게 해당 사안의 논쟁적인 측면을 균형감 있게 알려주는 교육은 성숙한 민주시민을 육성시키는 핵심적인 사안이다. 

세상사의 다양한 측면을 이해한 사람은 쉽사리 일방성이나 선동에 지배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쪽으로만 몰고 가는 교육과 전달은 사회를 폐쇄적으로 만든다. 

지금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는 우리사회의 욕설댓글은 우리가 어느 수준에서 헤매고 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현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정치인은 상대를 존경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주장과 다른 지점에 반드시 자신의 관점을 보충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그로 인해 더욱 원만한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으르면서도 막된 소리를 해서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국민을 존경하는 정치인이 되기 어렵다. 

유권자들이 균형 잡힌 정치인을 주목해야 할 때가 됐다.


[ 기사 원문 보기 ]



존경의 정치 3
1183호(2019년 5월 18일 발행)


오래 전 미 국무부 동서문제연구소(East West Center)의 초청을 받아 언론 프로그램인 제퍼슨 펠로우십(Jefferson Mlowship)에 참여한 적이 있다. 

각국 언론인 13명이 미국 주요도시를 순회하면서 전문가들과 하루에 7~8시간씩 세미나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일과를 끝내고나서 매일 밤늦게까지 다음날 세미나 주제와 관련된 영어단어 공부를 해놓지 않으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들었다.


6주간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면서 기내에 비치된 한국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약 3시간이 걸렸다. 오랜만에 한국신문을 정독하고 난 첫 느낌은 이런 것이었다. “아, 정글로 다시 돌아왔구나!”


한국 신문을 장악하고 있는 내용은 진보와 보수의 싸움, 음모, 갈등 등 온통 부정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6주간 호흡했던 미국언론이나 미국사회는 이렇게까지 어둡지는 않았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면 한국에 밝은 미래가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몰려오기까지 했다. 

그렇게 비방하고 싸우는 분위기는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진 것은 거의 없는듯하다.


한국사회의 화합은 너무 어려운 주제가 되고 있다. 

우리는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분열은 점점 더 가속화되어 간다. 

해마다 발표되는 사회통합지수를 보면 한국의 사회포용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 사회의 갈등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최대 246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7%를 갈등 해소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중화(仲華)’와 ‘굴기(崛起)’라는 국가 주도적 문화코드로 인해 주변국에 화(禍)의 근원이 될 수 있는 거대한 나라 중국과 

원자폭탄의 침략을 받고서도 힘 앞에서는 모든 가치를 뒤로하고 원폭한 나라를 ‘은인’이라고 칭송하는 일본을 곁에 둔 나라다. 

또 사고방식과 행동양태가 세계의 보편적인 규범과는 상당히 달라져서 

무엇을 어떻게 합의해야 할지 분간하기가 어려운 북한을 같은 민족의 차에 태워 데리고 가야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이런 기사를 보자. 

“김 대통령은 최근 일련의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완화시키기 위해 이번 주에 전면 개각을 단행할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관리가 어제 말했다. 

그 청와대 관리는 개각의 폭에 대해서 자세히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청와대 소식통은 김 대통령이 ‘선거관리내각’을 구성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대통령이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의 초당적인 관리를 확보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를 일부 발탁할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이 문장은 오래전 한 신문기사에서 발췌한 것이다. 

내용상 특별한 것은 없지만 오늘날의 정치기사와 비교해보면 색다른 두 가지를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정부 내에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해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대통령이 개각을 한다는 것(유연성)이고, 

또 하나는 개각을 한다면 선거관리내각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의 초당적 관리를 위해 중립적 인사를 발탁한다는 점(중도성)이다.


과거에는 한국 정치지도자들에게 이런 중후함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대째 대통령들에게서는 이런 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정의 난맥을 양보로써 돌파하는 중후함 대신에 오기가 들어찬 것 같다. 

야당도 문제다. 현재의 야당인사 중 정치현안에 대해 독설대신 정치력을 발휘할 인사가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해 교회에서 유기성 목사의 저서 ‘예수님의 사람’을 공부한 적이 있는데, 

본문 중에 “선교사들의 평가에 의하던 일본과 중국과 한국을 지배하고 있는 영이 서로 다른 것을 느끼는데, 

일본은 음란의 영, 중국은 탐욕의 영, 한국의 분열의 영이라고 한다”는 대목을 읽고 놀란 적이 있다. 

한국에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결정적으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 성장 동력을 키우기가 어렵다는 것과 계층간 너무 싸운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분열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정치인들이 국민의 존경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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