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에 이런 훌륭한 작가가 매주일 예배당에서 미소로 성도들을 맞이해주고 계시다는 것은 참으로 크나큰 축복이자 기쁨이다. 장로님께서 한국 현대사의 가장 깊은 상처와 진실을 파헤치는 이토록 묵직한 문학의 세계를 품고 계셨다는 사실에 새삼 깊은 경외감마저 느낀다.
655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소설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동안, 그동안 백범 김구에 대해 너무나 몰랐던 것이 부끄럽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역설적이게도 ‘담담함'에 있다고 느낀다. 마치 소설가 김훈이 『칼의 노래』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불필요한 수식어를 모두 도려낸 채 단단하고 간결한 뼈대만 남긴 문장들로 사물의 본질을 파고든다. 그 서늘하고도 정제된 문체는 독자의 마음을 깊이 파고들며,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 문체처럼 사건과 팩트를 무심한 듯 건조하게 나열하는 행간마다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소설가 노신의 구절을 인용한 것은 냉혹한 역사적 현실을 직시하는 리얼리즘의 계보를 잇는 작가임을 선명하게 상기시킨다. 화려한 수사나 과장된 감정 표현 대신 냉철한 시선으로 시대의 환부를 도려내는, 평생을 정직한 기록자로 살아온 베테랑 언론인의 품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저자는 백범을 향한 일방적인 미화나 감상적 영웅주의에 갇히지 않는다. 나아가 평양 방문을 앞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오늘 없어서 안 될 것은 최명길의 화친론이지만, 백세에 없어서 안 될 것은 김상헌의 척화론이니라”라고 이야기한 대목처럼,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대의를 거스르는 가치에는 결코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거대한 통합을 위해서는 유연하고 폭넓은 사고로 대응하고자 했던 백범의 깊은 고뇌를 작가 고유의 상상력으로 조화롭게 녹여낸다. 이처럼 이봉창·윤봉길 의사의 행적, 그리고 거대한 서사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사료 고증을 거쳐, 박제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이웃이자 고뇌하는 인간으로 사실적으로 조명한다. 작가 임의의 선악 판단이나 주관적 평가를 철저히 배제한 덕분이다.
상하이 임시정부 시절, 해체 위기에 놓인 조직을 묵묵히 지탱하며 망명 생활의 풍파를 견뎌낸 과정은 눈물겹다. 오랫동안 이어진 극심한 가난과 영양실조로 각기병까지 얻어 다리를 절뚝이면서도 독립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 처절한 생존의 기록은 깊은 숙연함을 자아낸다. 중국인 주애보와의 교류 속에서 묻어나는 따뜻한 일화나, 큰아들의 병을 치료할 페니실린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며느리 안미생의 간절한 청을 “독립 자금을 사적으로 쓸 수 없다”며 거절했던 일화 등은 우리가 위인전의 틀 속에
하지만 백범의 숭고한 노력과 결단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그 과정과 여파로 인해 정통성 있는 임시정부 요인들 다수가 건국 정부 수립에 합류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해방 정국에서 친일파들이 주도권을 잡고 득세하게 된 뼈아픈 요인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안타까운 회한 또한 깊이 다가온다.
이러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은 해방 정국의 비극과 암살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까지 일관되게 이어진다. 역사의 거대한 비극 속에서 방아쇠를 당긴 안두희에 대해서조차 감정적인 비난이나 사후적 평을 내리지 않고, 그 행적과 정황을 건조하고 담담하게 기술할 뿐이다. 세속 권력의 탐욕과 비루함을 다룰 때조차 어느 한쪽을 맹목적으로 단죄하지 않으며, 오직 팩트의 뼈대 위에 서서 독자 스스로 무엇이 참된 역사였고 정의였는지를 냉정하게 묻게 만든다.
화려함보다는 견고함과 깊은 침묵 속의 울림을 선택한 작가의 필력 덕분에 우리는 잊혀 가던 역사와 진실의 단면을 비로소 바로 보게 된다. 세상의 부조리 앞에서 신실한 신앙인으로서 지켜온 내면의 절제가 문장 하나하나에 치열한 기도의 자리처럼 정갈하게 깃들어 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마음속에 오랜 세월 지워지지 않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수작을, 우리 교우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기쁜 마음으로 모든 분께 권해드린다.
✎김승진 집사(안수)(3남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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