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2026-08-09 09:16:17
박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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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2026년이 다 지나지는 않았지만, 저는 단연 <호프>를 올해의 영화로 꼽고 싶습니다. 영화라는 매체를 넘어, 최근 예술 작품 하나가 우리 일상에서 이토록 뜨겁게 회자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제가 <호프>를 올해의 영화로 주저 없이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이 영화가 극심한 극과 극의 평가를 끌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첨예하게 갈린 대중의 시선이야말로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의 초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거울처럼 느껴집니다.

 

 <호프>는 전작 <곡성>으로 뛰어난 성공을 거두었던 나홍진 감독의 신작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아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미지의 생명체가 호포(號浦)’라는 가상의 지역에 등장하며 영화는 시작됩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괴생명체는 인간을 포함한 타 존재에 원인 모를 적대감과 폭력성을 드러냅니다. 이에 맞서 경찰, 예비군, 지역의 사냥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이 팽팽한 대치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이어집니다. 영화는 크게 호포 시내, 숲속, 도로, 이렇게 3개의 장소에서 전개되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괴생명체에 인간이 맞서 싸우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각기 다른 세 장소에서 동일한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이 반복 속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괴생명체를 절대적인 ()’이자 ()’으로, 이에 맞서는 인간을 ()’으로 규정합니다. 여느 크리처물처럼 인간이 저 괴물을 제압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죠.

 

그러나 영화 호프가 여타 크리처물과 다른 지점은 인간의 입장에서만 영화가 전개되는 것이 아닌 괴생명체의 입장에서 상황을 해석할 여지를 마련한다는 점입니다. 영화가 계속해서 전개될수록 괴생명체의 존재는 무엇인지, 그들이 공격성을 띠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조금씩 드러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상정했던 선과 악의 진영 논리가 허물어지는 지점이 등장합니다. 이 모든 사건이 발생한 원인과 선제적으로 폭력을 가한 집단이 괴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순간 영화는 또 다른 시각으로 해석됩니다.

 

영화는 우리가 확실하다고 여겼던 진영 논리, 믿음, 희망을 타파하는 장면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살았다고 여겼던 인물이 예상치 못하게 죽는 것처럼 보이다가 결국에는 살아있음을 보인다거나, 유리창 건너편에 괴생명체가 존재한다는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총을 격발했으나 피격된 존재가 괴생명체가 아닌 인간이었음을 의도적으로 조명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호프믿음에 대한 이야기이자 바라는 것(Hope)’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습니다. 믿음과 희망은 어떠한 결과를 상정하는 행위를 수반합니다. ‘그 사람은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될 것이다.’ 등의 결과를 말이죠. 그러나 이러한 믿음과 희망은 때로 인간의 시야를 편향되게 만들며, 왜곡시킨다는 점을 영화는 드러냅니다. 마치 확고하다고 여겼던 선악의 경계가 흐릿해졌음에도, 여전히 괴생명체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믿음희망은 언제나 오류를 수반합니다.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정작 <호프>를 둘러싼 비평의 장은 마치 자신의 판단만이 절대 진리인 양 사납게 부딪힙니다. 찬사와 혹평으로 갈라진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각자의 주장만을 외칠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씁쓸한 풍경은 비단 <호프>를 향한 평가뿐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상이기도 합니다.

 

<호프>를 보며 우리는 우리의 믿음희망이 틀릴 수 있음을 겸허히 인지해야 합니다. 나의 진영 논리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우리는 늘 생각해야 하죠. 나의 의견이 무조건 적으로 옳다는 전제는 성립될 수 없음을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이는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신앙과 반하는 신앙을 가진 이가 있음을 우리는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항상 옳지 않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음 또한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수많은 갈래로 찢어져 갈등하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호프>가 던지는 진짜 희망의 메시지는, 역설적이게도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그 한 걸음이 아닐까요?

 

박진범 전도사(틈새포플러스, 교육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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