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북
2026-06-25 07:48:32
박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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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를 보시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셨나요? 사실, 이상한 부분이 없어야 맞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배경이 1960년대의 미국이라면 어떨까요? 이제는 좀 발견하셨나요? 인종차별을 잘 경험하지 않은 대한민국 정서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만, 상석에 앉은 흑인남성과 운전석에 앉은 백인 남성의 모습은 이미 그 자체로 의구심을 자아냅니다.

 

이 영화는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돈 셜리)가 백인 건달(?)(토니 발레롱가)을 운전사로 고용하여 투어를 다닌다는 이야기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흑인이 백인을 고용하여 함께 다닌다는 설정 자체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그러나 영화는 인종차별이 얼마나 얼토당토 않는 일인지를 느끼도록 하는 플롯을 계속적으로 보여줍니다. 교양과 우아함을 지닌 예술인은 결코 인종의 영역이 아님에도 흑인이 피아니스트로 그려지는 것을 어색하게 여기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며, 과거 인종차별이 얼마나 근거 없는 일이었는지 느껴지게 합니다. 또한 셜리는 피아니스트로서 백인들이 가득한 클럽이나 홀, 식당 등에서 공연을 하는데요. 관중들은 셜리의 연주를 보며 환호하고 박수칩니다. 그런데 정작 셜리가 있어야 하는 출연자 대기실은 한 쪽에 마련된 창고였고, 자신이 공연한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여러분은 이해할 수 있으실까요? 영화는 흑인 피아니스트가 백인 운전수를 고용한다는 역설적 대비가 느껴지는 장치들을 깔아두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통해 인종차별의 불합리함을 가까이에서 느끼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선입견과 편견을 포함한 사람들이 갖는 관념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느끼도록 합니다.

 

세계 역사 속에는 한 여자를 마녀로 몰고 가서 죽였던 마녀사냥, 독일인이 맞이한 경제대공황이 유태인 때문이라며 시작된 유태인 학살, 관동대지진 때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며 시작된 조선인 학살 등 실체 없는 근거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분노와 혐오를 조장해 일어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었습니다. 크리스천도 예외는 아닙니다. 로마가 본격적으로 기독교를 박해했던 시작은 로마 화제의 원인을 크리스천에게 돌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물론이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한다면 크리스천들이야말로 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는 관념적 프레임을 늘 주의해야 합니다.

 

역설적 대비로 우리에게 찔림을 선사하는 영화 속 이야기 중에는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장면들도 함께 등장합니다. 과거의 상처와 예민함을 가진 셜리를 보듬는 토니, 토니의 무지함을 깨우치고 사랑을 표현하는 범을 가르친 셜리, 그리고 고단한 투어 여정을 함께 도우며 가는 둘. 관념적 다름이 아니라 실존적 하나 됨속에서 피어나는 우정과 사랑이야말로 덧없는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줄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사실, 이 영화의 포스터만큼이나 궁금했던 것은 영화의 제목이었습니다. ‘그린북’. 분명 예쁜 차가 더 눈에 들어오는데, 왜 제목은 책인걸까 싶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그린북이란 유색인종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 숙박업소 등의 정보가 모여있는 초록색 표지의 책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름은 푸른 책이지만, 내용은 절대 푸르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우리가 보는 성경책은 어떨까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는 정죄함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세상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을 부수는 것, 프레임에 갇힌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야말로 복음일 것입니다.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다면 이번 연말, 가슴 따뜻해지는 영화로 추천드립니다!

목사 전민성(중고등푸른교회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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