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마로나
2026-06-25 08:05:08
박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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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귀여운 강아지가 있습니다. 이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에서 강아지는 총 4번의 이름을 거치기 때문입니다. 강아지의 첫 번째 이름은 ‘9’입니다. 주인공 강아지는 도베르만 혈통의 아빠와 믹스견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9남매 중 막내입니다. ‘9’는 아빠의 주인이 길가에 버리게 되고, 어느 주정뱅이가 주워 다른 사람에게 판매합니다.

 

‘9’를 구매한 사람은 마놀이라는 곡예사입니다. 마놀은 ‘9’를 새로운 이름인 아나로 부릅니다. ‘아나는 마놀의 곁에서 처음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배웁니다. 둘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산책을 하고, 마놀의 첫 번째 관객이 되며 서로를 지탱하는 존재가 됩니다. 마놀은 서커스단에 스카우트될 기회를 얻지만, 서커스단은 아나를 동반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마놀은 아나를 위해 기회를 포기하려 하지만, 아나는 마놀의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슬픔과 불행의 냄새를 맡아버립니다. 마놀의 꿈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아나는 밤중에 스스로 마놀의 곁을 떠납니다.

 

길거리로 돌아온 아나는 떠돌이 생활을 합니다. 그러다 떠돌이인 자신을 꾸준히 챙겨주는 건설업자 이스트반을 만납니다. 투박하지만 다정한 그를 따라가면서 아나사라'라는 세 번째 이름을 얻습니다. 이스트반은 사라를 아끼며 자신의 아픈 어머니 집으로 데려갑니다. 낮에는 따뜻했던 어머니가 밤이 되면 치매와 질병으로 인해 괴물처럼 무섭게 변해 사라를 핍박하고 다치게 합니다. 이 모습을 본 이스트반은 사라를 자신의 신혼집으로 데려오지만, 그의 아내는 사라를 그저 하나의 '패션 아이템'이나 부의 과시 수단으로만 여깁니다. 가정이 불화로 무너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사라는 결국 집을 나옵니다.

공원에 쓰러져 있던 사라를 어린 소녀 솔랑주가 발견해 집으로 데려옵니다. 솔랑주는 사라마로나'라 부릅니다. 솔랑주가 사춘기 청소년이 되자, 더 이상 예전처럼 마로나와 놀아주지 않고, 친구나 이성, 화려한 세상에 눈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부쩍 자란 솔랑주는 마로나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가 친구들과 파티에 가기 위해 마로나의 목줄을 길가 나무에 묶어두고 몰래 사라집니다. 주인이 사라진 것에 당황한 마로나는 필사적으로 목줄을 풀고 솔랑주의 뒤를 쫓아 뛰어가다, 도로 위에서 달려오는 차를 피하지 못하고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마로나는 숨이 끊어지는 순간, 자신이 거쳐 간 주인들이 지어준 이름들(9, 아나, 사라, 마로나)은 인간의 언어일 뿐, 자신은 그저 그들을 온 마음으로 사랑했던 하나의 존재였음을 깨닫습니다. ‘마로나는 언제나 제 옆에 있어 주는 인간을 도리어 더 지키려 했고,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습니다. 그와 함께하는 매 순간을 행복으로 느꼈을 뿐만 아니라, ‘마로나의 우주는 온통 그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지요.

 

마로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개는 늘 지금이 좋지만,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보금자리가 있음에도 더 많은 것을 원하는데, 인간들은 그것을 이라고 부른다어쩌면 마로나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꿈꾸는 인간의 숙명을 꼬집는 것 같습니다. 꿈은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좋은 것이 맞지만, 역설적으로 그 꿈에만 매달리다 보면 지금 눈앞에 있는 일상의 행복을 모두 놓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거대한 딜레마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마로나는 언제나 지금 이 순간, 일상의 행복을 온전히 느끼며 살았습니다. 쓰레기 더미에서 지낼 때마저도, 인간의 손길 단 한 번이면 그 사람을 계속해서 기다리게 될 정도로 자기에게 주어진 일상을 무한히 긍정했죠. 이토록 깊은 사랑과 순간의 희열을 매 순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간다는 게 어떤 감각인지 인간은 전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행복은 어디 있을까요? 인간은 자신의 일시적 행복을 위해 마로나도구화하였지만, ‘마로나는 인간의 도구화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진정한 행복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의 향연은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묻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교우분들은 각자의 마로나가 떠오르실 겁니다. 나에게 다가오는 우리 집의 마로나를 보며 가슴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벅찬 고마움이 느껴지시기를 소망합니다.

 

박진범 전도사(교육부, 틈새포플러스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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