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2026-06-25 07:59:03
박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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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세상의 거의 모든 영화는 사랑과 관련이 있다는 어느 목사님의 예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모든 영화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분명 사랑해라는 대사는 수많은 작품에서 각기 다른 무게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오늘 소개할 영화 <너와 나> 속의 사랑해가 그 어떤 영화보다 슬프고도 사무치게 들립니다.

 

이 영화에는 수많은 비유와 상징이 등장합니다. 오늘은 줄거리를 나열하기보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상실불안이라는 감정에 집중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주인공 세미하은은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18살 고등학생입니다. 세미는 학교 교실에서 낮잠을 자다 기묘한 꿈을 꿉니다.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니 동네에는 가족도 친구도 아무도 없고, 홀로 거리를 헤매다 잔디밭에 죽어 있는 하은을 발견하는 꿈입니다. 이 꿈을 꾼 이후, 세미는 꿈속의 상실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는 거대한 불안에 사로잡힙니다.

 

여기에 또 다른 불안이 세미를 괴롭힙니다. ‘내가 하은을 좋아하는 만큼, 하은도 나를 그만큼 생각할까?’라는 의구심입니다. 이 두 가지 불안은 영화 내내 세미를 이기적으로 만들며 하은과의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하는 불안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합니다. 오직 자신의 시선으로 상대를 투사하게 만들죠. 세미 역시 자신의 불안에 매몰된 나머지 하은이 품고 있던 상실의 슬픔을 보지 못합니다. 사실 하은은 14년 동안 가족처럼 지낸 강아지 제리를 잃은 상실감을 겪고 있었고, 넉넉지 못한 형편에서 오는 불안을 묵묵히 견디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은은 세미 앞에서 자신의 아픔을 쉽게 드러내지 않습니다. 자신이 경험한(혹은 경험할지 모를) 상실이 너무나 컸던 세미에게는 타인의 슬픔을 살필 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불안은 늘 마지막을 상상하게 하고, 그 상상은 곧 상실로 이어집니다. 세미는 하은의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했기에 늘 이 관계의 끝을 두려워했고, 그래서 더욱 하은을 보챘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미는 몇 번의 사건을 거치며 마침내 하은의 아픔과 진심을 깨닫게 됩니다. 그제야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불안을 함께 이겨낼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납니다.

 

하지만 영화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실에 대한 복선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하은의 상실이 아닌, 세미의 상실로 향합니다. 누군가를 상실한다는 것은 다시는 그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절망적인 의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을 통해 그 사람의 상()을 떠올리고 목소리를 되살려냅니다. 그렇기에 기억이 남아있는 한, 완전한 상실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관객은 어느 순간 상실을 경험하게 될 이가 누구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의 평범한 일상은 지극히 비일상적인 사건으로 다가옵니다. 이처럼 상실은 늘 우리 주변에 혼재해 있으며, 일상과 비일상이 섞인 찰나의 장소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을 영화는 일깨워 줍니다.

 

영화는 세미의 태몽 이야기로 끝을 맺습니다. 세미의 어머니는 태몽에서 아주 시뻘건 수박이 나왔다고 말합니다. 세미는 수박은 원래 빨갛잖아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지만, 아버지는 덧붙입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빨간색 수박이었다고 말이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 하나뿐인 빨간색 수박인 세미는 계속해서 되뇝니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상실을 경험한 사람은 기억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었던 그 소중한 존재를 떠올리면서 말입니다. 거울에 비쳤을 다양한 모습의 상()을 상상하며 말입니다. 또한 상실을 경험한 이는 모퉁이에 놓인 물컵처럼 불안한 존재이지만, 누군가의 옮겨줌으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4월은 수많은 빨간 수박들을 기억해야 하는 달인 것 같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상실을 경험한 이들을 마주할 때, 자신의 시선으로 그들의 아픔을 재단하지 않고 주님이 그러셨듯 그저 곁에서 함께 울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20264, 단 하나의 영화를 봐야 한다면 <너와 나>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와 함께 상실의 아픔을 정면으로 마주한 이들을 떠올리며, 잊고 지냈던 기억들을 되살려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편집자 주 : 영화를 보시고 이 글을 한 번 더 읽어보세요.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박진범 전도사(푸른교회, 틈새포플러스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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